190602
지하철을 탄다. 마주보고 선다.
창 밖으로 반짝거리는 한강이 나타날 때마다 너는 내 등 뒤를 가리킨다. 너의 모습 너머로도 풍경은 잘 보이지만 그래도 나는 돌아서서 네가 가리킨 창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놀란 듯 우와 하며 웃는다. 한강이 참 예쁘지 않냐고 묻는 너에게, 언제 봐도 좋은 풍경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그렇게 한강을 지나는 동안 우린 같은 곳을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마주보고 선다.
이것은 우리가 서로를 좋아하는 방식이다.
 
 
 
18년 겨울
쪽배에 전등을 달고 밤을 표류하던 우리는
거대한 물고기에 바치는 제물이 되었다
우리가 눈을 감자 제사장이 도끼를 휘둘렀다
서로의 잘린 머리를 품에 안으니
세상이 불을 켠 듯 환해졌다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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