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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약관에 동의합니다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 


켈렌 호백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에서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 회원가입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에 주목한다. 회원가입을 통해 필수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용약관의 조항들을 하나씩 조명하면서 그것을 통해 개인의 정보가 어떤 식으로 착취되는지 문제를 고발한다.

이용약관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있는 걸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다큐멘터리에 영감을 받은 나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사이트들의 이용 약관의 텍스트를 소재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주된 목표는 지루하고 어려워 잃지 않고 넘겼던 이용약관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하여 흥미롭게 보여줌으로써 무조건적인 약관 동의와 이에 따르는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점을 환기하고 싶었다.

우선 지난 한해 가장 영향력이 높았던 웹사이트 열 군데의 이용약관을 취합하였고, 조항 중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해석이 모호하거나, 부당한 내용으로 보이는 부분을 발췌하여 낱장의 포스터로 제작하였다. 이것들을 하나는 벽면에 설치, 다른 하나는 책으로 바인딩하여 함께 전시하였다.

작품제작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면서 개인정보침해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는 흥미로운 개념에 대해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디지털 영속성’이었다. 이는 디지털화되어 온라인에 저장된 정보는 영구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개념인데 요즘엔 원치 않는 개인정보의 유출로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기도 할 만큼 큰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개인의 정보는 동의 버튼 한 번에 손쉽게 유출되면서 온라인상의 흔적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디지털 세계에 사는 우리에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다.

‘디지털 영속성’에 관한 개념을 작품에 함께 표현하려 했기 때문에 작품의 형식으로 종이 대신 플라스틱 계열의 ‘엔티파일’이라는 종이를 사용하였다. 손쉽게 쓰고 버리지만, 영원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일회용처럼 쓰고 지우지만 사실상 영구히 남아있게 되는 온라인상의 우리의 정보 소비현상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였다. 플라스틱 재질의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 종이용 오프셋 인쇄 대신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하였다.

다시 말해, 이용약관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하여 보여줌과 동시에 특수 플라스틱 재료실험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문제점인 디지털 영속성에 관한 매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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