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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 배경과 전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가 안정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성장도 둔화하고 있는 영향이다. 국내 물가 상승률은 3%대로 상당폭 하락했다. 반면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성장 동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의 상승률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점과 가 계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점 등은 향후 완화적인 스탠스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은은 2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부터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물가·환율 안정되고 있지만, 성장은 둔화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9일 국내외 금융기관 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준금리 전망치(화면번호 8852)에 따르면 모든 기관이 동결을 점쳤다. 지난 4월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3.7%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하락했다. 한은은 CPI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의결문에서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낮아졌다가 이후 소폭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졌지만, 외환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달러-원 환율은 5월 중순 1,340원대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지만, 추가로 오르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1,310원대로 하락했다. 이 총재는 "원화의 약세 요인이 이미 반영됐다"면서, 달러-원이 앞으로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재정거래 유인의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 매수도 집중되는 등 자금유출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도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반면 수출 부진으로 대변되는 국내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4월에도 전년동월대비 14% 넘게 감소하며 7달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41% 급감하는 등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런만큼 한은도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성장 전망치 1.6%를 이번에는 1.4%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4%에서 2.3%로 소폭 낮췄다.

연내 '피벗' 기대 상존

이번 금리 동결이 충분히 예상된 만큼 시장은 한은이 내놓을 향후 경로에 대한 메시지에 변화가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에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며, 통안채 3개월물 등 단기 금리의 하락폭도 심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던 바 있다. 이 총재는 또 연말 물가가 목표치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도 선명한 어조로 밝혔다. 한은은 이후 약 12년만의 통안채 28일물 발행 등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며 단기 금리를 끌어오려 놓았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상존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7%로 여전히 기준금리를 훌쩍 하회한다.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가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을 가지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물가가 연말 3% 내외로 수렴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이후 목표치인 2%로 안정될지에 대한 확신은 이전보다 더 줄었다고 말했다. 물가의 목표치 수렴에 대한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근원물가 하락 속도가 더딘 탓이다. CPI는 3%대로 하락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에도 4.0%로 하락이 더디다. 한은은 근원물가의 올해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바닥 인식이 강화하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선뜻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내비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4월 은행의 가계 대출 규모는 2조3천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첫 증가다. 또 2021년 11월 2조9천억 원 증가한 1년5개월만에 가장 큰 폭 증가했다. 한은은 4월말 보고서를 통해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가 넘으면 단기 시계에서도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기 침체 확률을 키운다면서 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에 달했다. 한은과 정부가 하반기 경제의 반등에 대해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는 점도 이른 '피벗' 가능성은 줄이는 요인이다.

새로 금통위에 합류한 박춘섭 위원과 장용성 위원이 향후 금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퇴임한 주상영 전 위원은 3.5%에서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확고했었고, 박기영 위원의 경우 3.75%까지 상단을 열어두자는 편이었다.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는 모든 위원이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강성 비둘기 위원은 없었던 셈이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이 겁만 주고 금리는 못 올린다고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호주도 멈출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달에 금리 올렸는데, 한은도 그렇게 못할 것 같으냐. 절대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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