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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이하 온라인퀴퍼)는 2020년 6월, 코로나19로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가 잠정적으로 연기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에서 일하던 저는 동료 조소담 대표와 그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다 ‘나이키 에어맥스 줄서기 캠페인’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첫 온라인퀴퍼를 여는 데 참여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의 기획과 총괄,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포함한 그래픽 디자인 전반을 맡았습니다.

온라인퀴퍼는 웹사이트에서 참여자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그 캐릭터들이 인스타그램 상에서 하나의 행렬을 이루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6월 23일부터 7월 5일까지 13일 동안 진행한 2020년 온라인퀴퍼에는 총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또,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마케팅 서밋에 우수 사례로 소개되었으며 2020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학업을 위해 닷페이스를 퇴사한 2021년, 트랜스젠더 추모를 위한 온라인연대행렬 〈너의 내일을 우리가 지킬게〉와 온라인퀴퍼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에 기획과 그래픽 디자인으로 함께했습니다. 닷페이스 팀 해산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온라인퀴퍼의 주최 권한을 기증받은 해인 2022년에는 온라인퀴퍼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에도 기획과 그래픽 디자인으로 함께했습니다.
2020년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
캐릭터 아이템을 디자인할 때 주어진 디자인 선택지 안에서 가능한 참여자들에게 배제되지 않는 경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탈 것’ 카테고리에 휠체어 옵션을 두고, ‘헤어스타일’에는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분수 머리, 불꽃 머리를 두었습니다. 피부색은 이모지, 레고 등에서 인종 중립적으로 쓰이는 샛노란색을 적용했습니다. 컬러 옵션은 프라이드 깃발의 여덟 가지 색을 참고했습니다.
웹사이트에서는 함께 퀴어퍼레이드 복장을 준비하는 콘셉트로, 참여자의 닉네임을 부르며 친근감을 주려 했습니다. 완성된 이미지를 다운로드해 인스타그램에 #우리는없던길도만들지 슬로건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해시태그 피드에서 도로의 화살표가 이어지며 긴 행렬이 완성됩니다. 저는 웹사이트 기획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참여했고, 웹사이트 디자인과 개발은 스투키스튜디오가 담당했습니다.
영상 제작: 송다예 PD
2021년 온라인 연대행렬 〈너의 내일을 우리가 지킬게〉
온라인연대행렬은 故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계기로,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화려한 차림으로 각자를 표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퀴퍼 디자인과 달리, 트랜스젠더 인권을 상징하는 하늘색, 흰색, 분홍색으로 의상 색을 통일했습니다. 또, 풍선, 꽃다발, 촛불과 같이 추모와 연대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아이템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총 2만 5836명의 사람들이 행렬에 참여했습니다.
2021년 온라인퀴퍼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2021년 온라인퀴퍼에서는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오프라인의 공공 공간을 점유하려고 시도했습니다. 1,425명의 후원을 통해 서울, 대구, 부산의 지하철역, 버스정류장에 한 달간 행렬을 담은 광고를 개제했습니다. 행진 모션그래픽은 송다예 PD가 담당했습니다. 
또한, 온라인 신청을 통해 357개 공간에 포스터를 배포했습니다. 학교, 국회, 회사 사무실, 서점, 영화관, 미용실, 카페, 펍, 병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포스터를 붙여주셨습니다. 포스터 디자인에서는 위에서 보는 구도였던 기존의 행렬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며 단조로움을 깨고 포스터를 마주하는 사람들이 행진이 일상에서 함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2021년 메인컬러인 형광초록을 별색 인쇄해 먼 곳이나 야외에서도 눈에 띌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2년 〈우리의 길은 계속되지〉
사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닷페이스가 해산한 2022년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온라인퀴퍼 주최 권한을 이어받았습니다. 3년 만에 오프라인 퀴어 퍼레이드가 다시 열린 해이기도 합니다. 이전의 온라인 퀴퍼가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대체’에 대한 의미가 있었다면, 해당 연도에는 그 외의 의미—성소수자 가시화, 참여 접근성, 온-오프라인의 경계 해소와 연대—를 정의하고자 했습니다. 총 3만 1천 명이 참여했고, 7월 16일에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설치된 온라인퀴퍼 포토월이 참여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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